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저는 날마다 메뉴를 골몰하며 요리하고요. 잘 나가는 식당의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방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녀는 손맛 좋은 요리사입니다.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저는 날마다 메뉴를 골몰하며 요리하고요. 잘 나가는 식당의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방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녀는 손맛 좋은 요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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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력 만렙 노동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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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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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책방 앞에서 서 내가 서 있다. 노란색 시집을 들고 있으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한때 난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방 안에서 혼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지루했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땐 잠시 강의를 멈추어 이해할 때까지 내용을 곱씹을 수 있었다. 문헌정보학 전공으로 입학했지만, 공대로 전과한 나에게 유리한 변화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동아리방을 기웃거리며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구할 필요도 없고, 인기 없는 백반집에 혼자 가 급하게 끼니를 때울 일도 없었다. 마지막 학기에는 대면하지 않는 세상에 완벽히 적응하는 걸 넘어, 기회를 활용했다. 취업계를 쓰지 않은 채 회사에 다니기로 결심하고, IT 기술 스타트업의 인턴이 되었다. 학부생 신분으로 일하는 건 나와 같은 소프트웨어 전공자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그렇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업을 듣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입사 전 작성한 계약서엔 ‘6개월 동안 근무한다'라는 내용과 업무의 범위, 월급이 적혀 있었다. 회사는 인공 지능 산업 안에서도 데이터 분야에 속해 있었다. 인공 지능 도구의 핵심인 모델 학습을 위한 훈련 데이터를 생성하는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 일했다. 처음 하는 일이었기에 프로젝트를 발주한 기업과 소통하기 위한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고객사와 계약한 내용에 적합한 산출물을 일정 안에 완성해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은 혼자로는 불가했다. 비대면으로 만나는 데이터 라벨 작업자, 회사의 여러 구성원과 협력하는 일이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보장하지 않는 그 스타트업에선 몇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퇴사했다. 절반의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조금 더 기술 집약적인 일을 구하는 데 시간을 쏟고 싶었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으니 스스로 원하는 바를 이룰 기회가 많을 거라고 자신에 차 있었다.

인공 지능 기술에 있어서 데이터는 핵심이라는 건 프로그래밍 개발을 하며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전공 과정 중에 인공 지능 기술(더 정확히 표현하면, *머신 러닝 모델)을 활용하는 실습을 할 땐, 기술을 통해 어떤 걸 해결하고 싶은지 고민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 개발을 시작할 수 없어서 공공데이터에 의존했다. 현존하는 데이터 목록을 보면서 어떻게 모델 개발에 활용할지를 고민했다. 이미 과거부터 수많은 통계학, 수학,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오픈 소스 머신 러닝 모델을 개발하고 있었다. 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파이선’이다. 파이선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만들어 가는 *생태계에서는 누구나 다양한 머신 러닝 모델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가 많았다. 머신 러닝 모델을 구성하는 오픈 소스 코드는, 말 그대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기에 자유롭게 수정을 제안하면서 함께 발전했다. ​ 퇴사 후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국비 지원 교육 과정에 참여하면서 인공 지능 기술자로 취직하려 노력했지만 포기하고 웹 개발자가 되었다. 사회적인 인정과 함께 고연봉을 보장하는 직업을 얻지 못해 얼마간 속상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인공 지능 분야의 석박사 학위가 있는 고학력자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이는 채용 공고의 필수 자격 요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주위엔 나처럼 애초에 업계에 진입조차 못 한 채 다른 직업을 찾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난 인공 지능 산업에서는 한 발짝 물러난 관찰자가 되었다.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살갗에 와닿는 변화는 없었다. 개발자 사이에서 반응을 얻은 건 오픈에이아이에서 개발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딥 러닝 모델인 ‘달리 2(DALL-E 2)’다. 2022년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너도나도 딥 러닝 연구의 결과물을 쏟아내었다. 어떤 회사의 모델을 사용하는 게 더 좋은지 알아내는 일이 놀이처럼 소비가 되었을 때 난 시큰둥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일까, 잠깐의 호기심을 느꼈을 뿐이다. 사용자의 웹 경험을 개선하는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왔고, 기존의 도구는 *버전 업을 거듭했다. 어떤 기술 도구를 선택해 공부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기에도 벅찼다. 읽어야 할 오픈 소스 코드와 기술 글이 너무 많았다. 언젠가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둘 중에서 어떤 도구가 코딩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분석해 보라는 업무를 받았다.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는 있어도, 코딩 업무를 해줄 수 있을 거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심상치 않은 기술 변화의 흐름 안에 속해 있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풍경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했다. 광고엔 영상을 제작할 때 생성형 인공 지능을 사용했다는 문구가 당당히 등장했고, 소셜미디어에 딥페이크를 유포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업이 인공 지능 기술을 활용한 도구를 통해 수익 창출을 시작했고, 비영리 단체로 인공 지능 기술 개발을 선도한 오픈에이아이가 상장을 예고했다. 난 웹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될만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정보를 학습했다.

얼마 안 가 어렵게 얻은 웹 개발자라는 직함도 포기하고, 재택으로 일하는 퍼블리싱 프리랜서를 선택하며 다시 혼자가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화면을 보느냐 뻑뻑해진 눈알을 굴리면서 책상에 앉으면 출근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하려 애썼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프리랜서 생활로는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하니 동네에서 단기 알바를 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깐. 알바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서 취직한, 주 6일을 일하기로 한 고깃집 사장님은 나에게 “두 배 더 빨리 일해 달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건 일한 지 열흘 정도 되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빠르게 움직이라고 명령하지 않아도 나는 그렇게 했지만 역부족했나 보다. 이젠 정말 지치고 외롭다. 누군가를 붙잡고 뭐라도 말하고 싶은데 대면할 사람이 없다.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한 후,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정확한 추론을 할 수 있는 알고리즘에 초점을 맞춘 인공 지능의 하위 집합이다.

*생태계(ecosystem): 개발자, 기업, 연구 기관, 사용자와 같은 사회적 행위자와 오픈 소스 프로젝트,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개발 도구와 같은 기술적 요소가 상호 의존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기술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딥 러닝(deep learning): 머신 러닝의 한 분야로, 신경망을 사용하여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학습 방법, 즉 예시를 통해 배우는 방식으로 컴퓨터가 학습하게 하는 방법이다.

*버전 업(version up): 소프트웨어 기능의 추가, 성능 향상 등에 따라 프로그램이나 매뉴얼을 점차 개정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