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저는 날마다 메뉴를 골몰하며 요리하고요. 잘 나가는 식당의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방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녀는 손맛 좋은 요리사입니다.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저는 날마다 메뉴를 골몰하며 요리하고요. 잘 나가는 식당의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방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녀는 손맛 좋은 요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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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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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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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풍경

학생일 때 이십 대 후반의 나를 상상한 적이 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 일하겠지. 그땐 주택 청약 예금 통장에 매달 입금하는 돈 십만 원쯤은 우습겠지. 보험비와 통신비를 내기 위해서 맛있는 음식 사 먹는 돈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하며 꾼 꿈은 거창하지 않았다. 서른을 앞에 둔 현실의 나는 슬프게도 그런 삶을 살지 못한다. 내 꿈은 하향 조정되어 가고 있다. 바라는 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지 않으며,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십 년 동안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쪼개기와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만이 남게 된 건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희소해져, 굴복의 감정을 안고 출근한다.

 프리랜서 생활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친구와 가족에게도 말했다. 모두 응원을 보냈다. 원래 하던 공부와 일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부러움과 걱정의 눈빛을 동시에 받았다. 새로운 직업을 구해 일하는 건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것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나는 수많은 좌절이 떠오르며 오히려 덤덤해졌다. 걱정이 되는 건, 취업 준비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인문학 전공을 포기한 걸 후회한다. 나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이렇게나 빨리 올지는 몰랐다. 전과하고 공과 대학에서 공부한 건 나에게 행운이었다.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하지 못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학교 도서관에서 살았다. 햇살이 쏟아지는 자리에서 밤늦게까지 있었다. 등하교 시간이 아까워 하숙했다. 반찬이 매일 바뀌는 밥집에서 영양소를 채웠다. 스물둘일 때 처음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나갔던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후회가 된다.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서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한 것, 다른 학과 친구들과 충분한 토론을 하지 못한 것, 나만의 소설을 쓰지 못한 것.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일 때 하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 슬프다. 이제서야 깨달은 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의아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제도권의 교육을 이어가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 억울하다.

 굽이굽이 걷는 게 더 빠를 때도 있다. 새로이 취업 준비를 할 땐 ‘스펙'이라고 하는 피상적인 기술보다는 진짜 공부를 하자고 다짐했다. 일단 책을 읽었다. 'KOCW(대학공개강의)'에서 원하는 분야의 강의를 찾아 듣고, 돈을 쓰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았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밝고 희망차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자기 계발을 위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건 참 사치스러운 일이다. 방 안에 갇혀 있다 보니 글을 쓰면서라도 풀어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는 쓸 수 없다는 생각에 ‘한겨레교육'의 소설 쓰기 반에 들어갔다. 나만 힘들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짜고짜 쓰기 시작했다.

 세 편의 미니픽션과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완성했다. 내가 쓴 소설 중에서 ‘나'가 나오는 건 없었다. 일인칭 소설을 쓸 수 없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소설을 합평하면서 창작은 무엇인지 깊게 고민했다. 내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 더 잘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꼼꼼히 책을 읽었다. 연필에 따라붙는 글자가 좋으니 평생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소설을 쓰면서 많이 보고 듣고 읽었다. 신촌에서 수업을 듣고 ‘씨네마떼끄'에 가 영화를 보았다. 비밀의 방 같은 곳에서 조나단 드미 감독의 영화 「양들의 침묵」을 봤다. 영상 콘텐츠에서도 서사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며 극장을 나왔다. 숲속에서 스탈링이 달리는 첫 장면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로맨스 이야기를 쓰고 싶어 박경리 작가님의 『푸른 운하』를 읽었다. 분석하려고 펼쳤는데 책 속 인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오래전에 샀지만 읽지 못한 박완서 작가님의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며 감상을 적었다. 도서관에서 ’시 쓰기 수업'을 듣고는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시집을 사 읽었다. 슬픔의 곁을 떠나지 못한 채 글을 써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부끄러웠다.

 읽은 책을 나열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어딘가엔 꼭 남기고 싶다. 황정은 작가님의 『계속해보겠습니다』, 이희주 작가님의 「최애의 아이」, 최진영 작가님의 「홈 스위트 홈」, 웹진 비유에서 읽은 하가람 작가님의 『5월은 창가의 호랑이』, 김기태 작가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성해나 작가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편혜영 작가님의 『어른의 미래』, 길란 작가님의 「복 있는 자들」, 웹진 대산문화에서 읽은 안보윤 작가님의 『커튼콜도 없이』······. 엊그제 하루 만에 완독한 김혜진 작가님의 『오직 그녀의 것』이 올해의 마지막 한국문학 책이다. 도서관에서 청구기호 종이를 뽑아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 서가를 뒤지는 일을 좋아한다. 독립 서점에 가 책을 사는 건 당연하다. 웹진으로 소설과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고서는, 심심할 때마다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2025년은 나에게 한국문학에 빠진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갈수록 일이 줄어드는 슬픔을 이야기를 찾는 재미로 채웠다. 김보영, 정보라 작가님의 단편집을 읽으며 웃고 가끔 영화관에 갔다. 단편의 악마인 타츠키의 「후지모토 타츠키 17-26 파트 1」와 소라 네오 감독의 「해피엔드」를 봤다. 에무시네마에서 「세계의 주인」을, 집에선 넷플릭스로 「프랑켄슈타인」을 봤다. 생각해 보니 열심히 살았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되새기며 감상을 기록했다. 우연의 발견과 적극적인 선택으로 올해를 채워 뿌듯하다. 내년엔 내가 읽고 본 것에 대한 기록과 생각을 더 적극적으로 나눌 거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치열하게 쓰고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