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저는 날마다 메뉴를 골몰하며 요리하고요. 잘 나가는 식당의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방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녀는 손맛 좋은 요리사입니다.우리 엄마는 학교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을 위한 밥을 짓습니다. 저는 날마다 메뉴를 골몰하며 요리하고요. 잘 나가는 식당의 주방에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방 이모라고 부르지만, 그녀는 손맛 좋은 요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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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기 전 글자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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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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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룽역

사람들은 겨울엔 따뜻한 곳으로, 여름엔 서늘한 곳으로 떠난다. 우린 대만 여행을 위해 여름옷 정리를 미뤘다. 타이베이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시기를 놓쳐버린 민소매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타이베이역에는 지하철을 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오래되어 보이는 광활한 광장엔 의자가 없다. 바닥에 각자의 짐을 대충 풀어놓고 앉아 쉬는 사람이 많아서 시민인지 여행객인지 구분할 수 없다. 천으로 만든 작은 음료 가방을 손목에 걸고 다니며 버블티를 마시는 걸 보니 나도 사 먹고 싶어졌다. 아무 버블티 가게에 들어가 생소한 언어로 적힌 메뉴판을 훑었다. 나는 인기가 많아 보이는 망고 맛 음료를 골랐다. 얇은 종이컵에 든 얼음은 속절없이 녹으며 점차 적절한 단맛을 찾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인 지룽역에 가니 역사의 도시락 가게가 우릴 반긴다. 예약한 숙소에 찾아가기 위해서 동행자가 길을 찾는 동안 출입문 밖 세상을 구경했다. 이곳에도 서성이는 사람이 많다. 전동 휠체어를 탄 사람도 역이 만드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었다. 최대한 필로티 건물이 만들어주는 그늘 속을 통과하면서 뙤약볕을 피했다. 헬멧 쓴 배달원은 일 리터쯤 되어 보이는 음료수를 마시고, 부부는 이동식 가판대를 앞뒤로 힘껏 밀며 당당히 도로를 횡단했다. 좁은 도로는 온갖 이동 수단으로 가득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질서정연했다. 여행 첫날엔 금방 해가 지는 듯 느껴졌다. 연인과 밤바다 앞을 걷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콘크리트 방에서 곤히 잠에 들었다.

 여행을 가면 부지런해진다. 대만에서는 이른 아침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 회사원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메뉴가 많아서 옆 테이블 사람은 무엇을 먹는지 곁눈질했다. 어디를 가든 밀크티가 있었는데 식당마다 기본이 되는 차의 종류와 당도가 달랐다. 어느 하루엔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근처 공원에 갔다. 오후에 러닝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부지런히 몸을 일으켰는데 다들 비슷한 마음인지 작은 공원엔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아침 체조를 하고, 주먹만 한 달팽이도 서늘한 아침 공기를 쐬는 듯 보였다. 보송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 천천히 달렸는데 생소한 풍경에 바람결이 신선했다. 다리를 다친 사람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아픈 사람이 많을 텐데, 재활 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대만 2.28 평화기념공원에서 뛸 때도 휠체어 이용자를 봤다. 수도권에서 살면서 왜 장애인을 볼 수 없는 건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마주한 풍경이 낯설었다. 괜스레 뛰면서 느끼는 바람이 상쾌했다. 헥헥거리며 공원의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이곳 사람들에게 나는 타지에서 온 사람으로 느껴지는지 구분 지으려는 마음이 들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도시 속 철새 휴식처가 되어주는 공원의 작은 연못에서는 한 노인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새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나무 위에서 노니는 비둘기를 잠시 바라봤다. 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비둘기가 친구 비둘기와 두런두런 사이좋게 있었다.

 여행의 중간 지점에서 우린 郭怡美書店(Kuo‘s Astral Bookshop)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의 주요 관광지와도 가까운 다다오청(大稻埕) 지역에 도착했다. 디화 거리(迪化街) 초입엔 미켈러 바가 있다. 한국에 잠시 있다 사라져 버려 아쉬웠는데 반가운 마음에 고민도 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다. 의자 없는 바에서 팔꿈치를 괴고 맥주를 골랐다. 그리고 후딱 나와 디화 거리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길 양쪽에 있는 작은 가게엔 한약재, 말린 과일들이 널려 있어서 경동 시장을 걷는 듯했다. 가장 환하게 빛나면서도 연 건지 긴가민가한 서점으로 우린 걸어갔다.

 대만 여행책을 보고 Kuo‘s Astral 독립 서점을 염두에 두었다. 일정이 빡빡한 해외여행을 하면 먹을거리로만 채워도 한없이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니까 타국의 서점에 간다는 건 일상적인 선택은 아니다. 해석할 수 없는 언어로 가득한 공간에 들어간다니. 생각만 해도 뻘쭘하다. 대만, 그리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점 이곳저곳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서점 입구엔 가장 밀어주는 것으로 보이는 책들이 보였다. 최근에 한국어로 번역된 책 『대만 여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방문했을 땐 출간되기 전이었고 우연히 김이삭 번역가님이 작업 중이라는 소식만 들었을 때라 반가웠다. 폐점 시간과 가까워져서인지 독립 서점 안은 한산했다. 책이 그득그득한 공간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마음껏 종이 냄새를 들이마셨다.

 디화 거리에 자연스럽게 서 있는 3층 서점은 사십 년 가까이 출판업계에서 일한 사람이 시작했다.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라 영어로 된 책 한 권쯤은 있을 거라는 내 예상은 빗나갔고, 대신 대만의 역사와 지리를 알 수 있는 두꺼운 책이 일 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책을 펼쳐봐도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득한 사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동선은 퀴어 책이 꽂힌 서가로 이어졌다. 이 층은 책을 골라 잠시 읽어보기 좋은 분위기다. 국적별로 책이 정리되어 있길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국 문학을 찾아보았다. 한강, 박상영, 김초엽 작가님 등 내가 아는 이름이 적혀있다! 책 이름과 표지 디자인을 보고 어떤 책인지 알아맞히고 놀며 한참 머물렀다. 조용하고 깔끔한 이 거리가 19세기에는 중요한 무역항이었다는 글을 읽고, 밖으로 나와 연인과 소란스럽게 거리를 빠져나왔다. 손엔 책 《台灣活所在》을 쥐고 있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산 책을 펼쳤다. 대만의 곳곳을 손수 그린 일러스트로 가득한 책을 읽으며 아쉬움이 깊어졌다. 해석할 수 없는 글자를 골몰히 들여다보았다.

 Ning Lo 작가님의 책 《台灣活所在》은 ‘대만 동네 산책'으로 의역하고 싶다. 서점의 이 층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매대 앞에 진열되어 있던 이 책은, 사실 엽서 열 장을 덤으로 준다기에 끌렸다. 대만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려낸 일상의 풍경을 자주 보고 싶었다. 조식을 먹는 우리에게 전하는 반가운 인사말, 처음으로 이용해 본 성중립화장실, 융기와 침식이 만들어낸 예류지질공원의 자연 조각상, 국립대만박물관 속 퍼펫도 함께 말이다.